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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수확을 하며 후드후드를 부르고 있는 이푸가오족. 유네스코위원회



이번 여름 필리핀 지방정부의 공식 초청을 받아 이푸가오족의 강물 줄다리기인 푸눅(Punnuk)을 참관하고 왔다. 초청을 주도해주신 김정환 아시아축제협회 대표와 동행해주신 장성은 대표에게 감사드린다. 후드후드라는 노래, 계단 논 라이스 테라스를 종합적으로 살펴봤다. 내 문제의식은 이를 통합 문화경관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데 있다. 필리핀 루손섬 북부 홍두안 일대는 해발 2,000~3,000미터의 코드리예라는 산맥이 위 릴게임다운로드 치하고 있다. 사방으로 광범위한 계단식 농지가 둘러싼 분지형 지형이다. 산허리에 조성된 논과 이를 둘러싼 숲은 하파오 강의 유역이자 수원지이기도 하다. 계절풍과 몬순으로 인해 8월부터 10월에 이르는 우기에 강물이 불어난다. 1~2월에는 수량이 줄어든다. 이 시기를 활용해 산허리와 강바닥을 잇는 정교한 관개수로망이 운영된다. 산골짜기마다 경이로운 풍경이 연 릴게임손오공 출되는데, 이것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계단식 논이다. 내가 지금까지 답사한 유사 경관은 중국의 남부, 베트남의 북부, 인도네시아 발리 등 동아시아 여러 곳이다. 기회가 되면 차차 풀어서 정리하려고 한다. 유네스코가 설명하는 후드후드의 내용은 대강 이러하다. "후드후드는 필리핀 북부 고지대에 펼쳐진 계단식 논으로 유명한 이푸가오족 공동체에서 전통적으로 불려 온 릴게임예시 이야기 형식의 노래이다. 후드후드는 벼 파종기, 수확기, 그리고 장례식과 제의 때 행해진다. 7세기 이전에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후드후드는 200개가 넘는 노래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노래는 40개의 에피소드로 나뉜다. 한 곡을 다 낭송하는 데는 며칠이 걸릴 수 있다. 이푸가오족 문화는 모계 중심이기 때문에 아내가 주로 챈트의 주요 역할을 맡고 남편보다 릴게임황금성 오빠가 더 높은 지위를 차지한다. 이야기 속 노랫말은 비유적 표현과 반복이 많고 환유, 은유, 의성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필사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이 전통을 기록으로 남긴 사람은 거의 없다. 챈트는 조상의 영웅, 관습법, 종교적 신념, 전통 관습에 대해 이야기하며, 벼농사의 중요성을 반영한다. 주로 나이든 여성으로 구성된 화자들은 역사가이자 설교자로 릴게임몰 서 공동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후드후드 서사시는 첫 번째 화자와 합창단이 번갈아 가며 모든 구절에 동일한 선율을 사용한다." 후드후드는 단순한 민요가 아니라 씨뿌리고 수확하는 일노래이며 무당의 노래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후드후드로 하낭가 마을 출신의 전사 알리구욘과 달리그디간 마을 출신의 품바카욘의 영웅적인 행적과 경쟁, 나아가 두 사람이 혼인을 통해 평화조약을 맺는 '후드후드 니 알리구욘'이 있다.?




후드후드 서사시를 부르는 이푸가오족 주민들.



후드후드는 어떤 노래인가?
후드후드를 일반적으로 장편 서사시라고 하는데, 연행방식은 구송(口誦) 형식의 챈트다. 국어사전에서는 시편의 낭송 따위의 전례(典禮, 의식) 음악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 하였고 그레고리안 성가 따위의 교회 성가를 예로 들고 있다. 마리아 스타뉴코비치의 논문(Stanyukovich, 1983)에 의하면 전형적인 영웅 서사의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사례가 후드후드라고 한다. 서사적 구성, 공식적이고 상투적인 표현 등을 고루 갖추고 있으면서 영웅 서사와 샤머니즘적 내러티브가 결합한 매우 원형적이고 고대적인 복합체라는 것이다. 특히 이 노래에 등장하는 조상들을 남성성과 여성성으로 분석한 사례가 눈에 띈다. "영웅서사라는 장르에서 다소 이질적으로 보일 수 있는 여성 이데올로기가 후드후드에서는 매우 두드러진 특징으로 나타난다. 남성 영웅 서사가 분노와 적대 그리고 복수에 기반하여 폭력을 강조하는 반면, 여성 영웅 서사는 평화 만들기라는 문제에 집중한다. 여성 영웅 서사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영웅적 행위를 다룬다. 일련의 전투 장면들 속에서도 아무도 죽거나 다치지 않으며 마지막에 후드 후드의 주요 인물들은 서로의 여동생을 교환하여 이중 결혼(double marriage)을 성립시킨다. 이는 적대의 완전한 소멸을 의미한다. 다음 세대는 더이상 적을 갖지 않게 되는 것이다(Sranyukovich, 2000)". 얼핏 듣기에는 이상한 해석 같지만 20세기 초반까지 부족 간의 명예와 복수, 영혼의 힘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헤드헌팅(식인 풍속은 아님)을 행한 종족이란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헤드헌팅은 복잡한 의식과 연관되어 있으며 성공한 헤드헌터 전사에게는 특별한 문신이나 희생자의 유골 중 주로 턱뼈로 만든 장식품을 소유하여 지위를 과시하게 한다. 영웅 서사의 노래와 마찬가지로 장례의 노래 혹은 죽은 자의 노래로도 불려진다. 우리로 치면 씻김굿의 무가(巫歌)나 상여소리의 맥락인데, 죽은 자는 적절한 영웅 서사 인물의 이름으로 호명되며 선율과 공식적인 표현도 그대로 사용된다. 죽은 자를 영웅의 위치에 올려놓는 노래라고나 할까. 후드후드는 여성들을 중심으로 씨뿌리기와 벼 베기, 탈곡 노동에서도 불려진다. 우리로 말하면 들노래와 노동요인 셈이다. 뿐만 아니다. 후드후드는 공동체 모임인 고타드 아드 이푸가오는 물론이고 결혼식을 비롯한 크고 작은 각종 행사에서 널리 불려진다. 거의 모든 의식과 행사와 놀이에 소요되는 만능의 소리이다. 따라서 농사 노동의 절차는 물론 조상과 영웅, 이네들이 움직이는 윤리와 규범을 구전으로 전승하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지면상 따로 설명해야겠지만 선창과 후창의 멜로디는 우리 민요의 메김소리와 받음소리 형식과 같다. 지금은 학교 교육현장에서 이를 도입하여 지도자와 제자들이 전승하고 확장하는 중이다. 이를 쌀 관련 민속 혹은 시스템으로 보고 기후위기, 생태계 변화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재맥락화하는지 연구하는 학자들이 있다. 아마 나도 그중 한 사람에 속할 것이다. 유네스코는 1992년 문화경관(cultural landscape)범주를 도입하면서 인간과 자연환경의 장기간 상호작용의 결과를 보여주는 장소 예컨대 농경, 관개, 산림관리, 정착 구조 등이 통합된 '살아 있는 경관'을 강조했다. 문화경관은 보통 설계된 경관, 유기적으로 발전한 경관(잔존형, 지속형), 연관 경관으로 나뉜다. 이푸가오의 라이스 테라스는 최소 2천 년 이상 형성된 계단식 논이면서 무영(muyong)이라 불리는 산림보존 시스템, 취락, 제사터가 수직축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를 유지하는 관개기술과 토지 소유 및 계급구조, 나아가 신앙체계인 후드 후드라는 챈트와 푸눅이라는 의례가 유기적으로 기능한다. 즉, 하나의 유산이 아니라 생태계, 경제, 사회, 의례, 서사가 겹겹이 얽힌 복합시스템을 유산으로 인정한 사례이다.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강물 속에서 하는 줄다리기 푸눅과 거의 만능의 노래인 후드후드를 진도지역의 유네스코 지정 유산과 비교해보는 데 있다. 기후위기의 시대, 지역소멸의 시대, 문화변동의 시대라고 하는 지금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할 사례라는 점에서 거론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후드후드를 부르고 있는 이푸가오 초등학생들. 유네스코위원회


남도인문학팁
세계의 통합 문화경관 사례들?내가 답사를 다녀온 유사한 지역들이 있기에 우선 간단하게 소개해둔다. 인도네시아 발리에는 수박(Subak)이 있다. 계단식 논과 수로, 저수지, 댐으로 이어지는 관개 시스템을 수박이라고 한다. 물의 신을 모시는 워터 탬플이 있고 농민 조직인 수박 협동조합이 있으며 인간과 자연 및 신성을 조화시키는 철학(Tri Hita Karana)이 있다. 중국 윈난의 홍허지역 하니(哈尼)족 계단 논 문화경관도 이와 유사하다. 약 1,3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계단식 논으로 산림과 촌락, 논, 수리시설 등의 구조가 장관이다. 산 정상에서 빗물을 받아 계단 논까지 이끄는 복잡한 시스템이 있으며 농경, 축제, 신앙, 정치체계까지 연동되어 하나의 풍경으로 작동하는 곳이다. 이외에 에티오피아의 콘소(Konso)와 나이지리아의 수쿠르(Sukur) 프랑스의 코스와 세벤(Causses & Cevennes) 등도 관련하여 살필 수 있는 곳들이므로 차차 소개하기로 한다.